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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슬라이스(Time Slice) 촬영 현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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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DPS (192.♡.122.1) 작성일15-10-27 19:51 조회1,5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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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아트]
타임 슬라이스(Time Slice) 촬영 현장 속으로
 
 

 
 
저자: 월간 Video ARTs
 
 
KBS 1TV에서 방영된 <슈퍼피쉬>는 5부작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TV 시청자들을 단숨에 ‘타임 슬라이스(Time Slice)’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한 다큐멘터리다. 감동의 시간을 최대한 늘인다는 컨셉 하에 고민된 타임 슬라이스 기술은 현재 KBS 1TV 대하드라마 <대왕의 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KBS 1TV 대하드라마 <대왕의 꿈> 현장에 설치된 KBS 타임 슬라이스(Time Slice) 시스템


타임 슬라이스(Time Slice)에 대하여

말 그대로 ‘시간을 조각 낸다’는 뜻이다. 무형의 시간을 칼로 썰어낼 수는 없지만, 같은 시간에 다양한 각도에서 샷을 촬영해 연이어 보여줌으로써, 재생 시에 같은 시간을 좀 더 길게 볼 수 있다는 것. 일정 시간 내에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연결해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초당 많은 수의 프레임을 촬영하는 고속 카메라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지만, 다양한 각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타임 슬라이스(Time Slice)만의 특징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보기 힘든 장면을 구성할 수 있어 특히 광고 분야에서 선호된 기법이며, 시간이 정지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서 공중에 뜬 배우나 사물, 파티클(Particle)에 해당하는 액체나 연기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다. 또 하나의 특징은 타임 슬라이스 장면이 나오기 직전에 고속카메라를 통한 촬영 시퀀스(Sequence)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인데,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에서 정지된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위해서 고속 촬영된 장면을 연결 고리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Time Slice’를 검색해 보면 1900년대 초기에 컨셉이 등장하고,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완전히 새롭지도 않고 혁신적인 기법도 아닌 이 기술을 왜 본지는 살펴보려고 하는 것일까?

타임 슬라이스 시스템에 연결된 카메라의 노출을 맞추는 유재광 촬영감독

대부분의 타임 슬라이스 장면들을 보면 약 70% 이상이 광고 분야의 영상임을 알 수 있고, 99% 이상이 실내 스튜디오 샷임을 알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Matrix)>의 제작 환경에서도 볼 수 있듯, 블루 스크린 작업을 전제로 촬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라오스의 메콩(Mekong)강에서 촬영된 다큐멘터리 <슈퍼피쉬>의 타임 슬라이스가 대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이 컨트롤되는 스튜디오와는 대조적으로, 카메라 외에는 어느 것도 컨트롤할 수 없는 야외에서 타임 슬라이스의 촬영이 이루어진 것이다. 죽 늘어선 60대의 카메라를 모두 동일한 노출과 초점 거리, Zoom, ISO를 설정하고 한 번의 트리깅(Trigging)으로 방송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만해도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촬영자에게는 끔찍한 일일 수도 있다.

본지는 이러한 관점에서 타임 슬라이스 기법이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이뤄낸 뛰어난 영상 촬영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KBS의 추재만 촬영감독과 유재광 촬영감독을 만났다.

세팅된 삼성 NX11 카메라. 노출은 1/1000 sec, F4, ISO 100으로 고정되었으며, Mode 다이얼과 Zoom, Focus Ring도 테이프로 발라져 실수로 설정값이 변경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구성되었다.
 

 
 
추재만 촬영감독

비가 오는 날, KBS 본관에서 만난 추재만 촬영감독은 한동안 취재를 주저했다. 촬영은 혼자가 아닌 유재광, 박용환 촬영감독과 같이 진행했기에 다같이 인터뷰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취재 직전 개최된 ‘KBS특수촬영장비전시회’ 담당자이기도 한 추재만 촬영감독은 밤을 새우는 일정에서도 KBS의 촬영 능력에 대한 관심이 기분 좋다고 밝혔다.

KBS 추재만 촬영감독
 

타임 슬라이스 시스템에 대한 질문에, 그는 ‘모든 것을 직접 만들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KBS 입사 이후, 취재를 나가면 자신이 KBS를 대표한다는 생각을 한 시도 놓은 적이 없다는 추재만 촬영감독은, 이론과 실제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공부하고 새로운 제품을 찾아 다니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타임 슬라이스도 그러한 과정에 일찍이 알게 된 촬영 기법이다. 그러나 20대 이상의 카메라가 필요한 작업이기에 사비로 시스템을 구성해 볼 수 없는 기법이었고, 언젠가 기회가 주어지면 완벽히 해내기 위한 준비 과정은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머리 속으로는 항상 시뮬레이션을 해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예산이 결정 나자마자 모든 것을 단 2주만에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시스템 설계 완료가 아닌, 테스트 촬영을 포함한 모든 과정을 2주 만에 끝낸 것이죠.”

여러 대의 카메라로 동일한 피사체를 찍어서 표현하는 방식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더군다나 추재만 촬영감독은 다양한 촬영 장비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신문방송학과 출신이어서 실제 장비를 제작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많은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슈퍼피쉬>를 촬영했던 라오스의 메콩(Mekong)강 현장에 설치된 타임 슬라이스 장비와 현장의 모습. 스튜디오 내의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타임 슬라이스와는 천지 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세계에서 이런 환경에서의 타임 슬라이스 촬영을 할 수 있는 촬영팀은 매우 드물다.

타임 슬라이스 장비를 세팅 중인 추재만 촬영감독과 유재광 촬영감독
 

“제가 부모님에게서 받은 것은 ‘보는 눈’과 ‘뛰어난 기계 적응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촬영감독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능력입니다. 공간을 기억하는 능력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한 번 간 길은 잊지 않는다던 지, 새로 나온 카메라일지라도 업체 사람보다 더 빠르게 원하는 기능을 찾아낸다던 지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에는 사진에, 그리고 자동차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관심은 많았지만 돈은 많지 않아서 항상 대안을 찾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동일한 결과를 찾는 고민에 익숙해진 것은 덤입니다.”

추재만 촬영감독이 밝힌 타임 슬라이스 시스템 구성 일화는 놀라웠다. <슈퍼피쉬> 촬영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바다 낚시 장면을 촬영하던 그는, 날씨 문제로 촬영을 하지 못하는 틈틈이 노트북으로 타임 슬라이스 장비를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과 설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예산 문제가 해결되었음을 연락 받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KAIST의 오준호 교수에게 타임 슬라이스 시스템의 컨트롤러 설계를 국제 전화로 요청하게 된다. 로봇 설계의 권위자인 오준호 교수와의 인연은 2010년 방영된 다큐멘터리 <동물의 건축술> 촬영 당시, 회전 미속 촬영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오늘 날의 타임 슬라이스 시스템은 오준호 교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 밝혔다.

“오준호 교수님의 대단한 점은 모든 것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시다는 겁니다. 제가 교수님에게 간단히 타임 슬라이스의 개념을 설명 드리고, ‘대략 60대 정도의 카메라를 한꺼번에 제어할 수 있는 컨트롤러를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라는 말만으로 오늘날의 컨트롤러가 나온 것입니다. 한 가지를 말씀 드리면 100가지를 해주시는 분입니다.”

KBS 타임 슬라이스 시스템에서 사용하고 있는 컨트롤러는 동시에 연결된 60대 카메라의 작동을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한 대씩 테스트하는 기능, 전체를 테스트하는 기능, 정해진 시간 간격으로 연결된 60대의 카메라가 순차적으로 촬영하는 기능, 연속 촬영기능, 기본적인 AF 작동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KBS 대하드라마 <대왕의 꿈> 현장에서 만난 컨트롤러는 한 눈에 알 수 있는 논리적인 U.I와 LCD로 촬영 조건을 표시하는 등, 일반적인 시험 생산 제품의 수준을 뛰어 넘는 완성도를 자랑했다. 무엇보다 전세계에서 실제 촬영을 통해 내구성과 뛰어난 기능이 이미 인정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타임 슬라이스 컨트롤 박스. 60대의 카메라로부터 60가닥의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다.

컨트롤 박스 표면에 LCD창과 Focus/Shutter 버튼, Power/Remote/Cascade/Strobo Connection이 마련되어 있다.

컨트롤 박스가 놓여진 테이블 위로 서포터 시스템 연결을 위한 공구들과 여분의 컨트롤 박스가 보인다.

카메라와의 연결선을 모두 제거한 컨트롤러의 모습. 60개의 연결 단자가 벌집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다.

단순한 리모트 트리거이지만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는 정해진 초점 거리에 피사체가 정확히 위치했을 때 버튼을 눌러야만 한다.

타임 슬라이의 특성 상 다수의 카메라가 소요되는데, KBS 타임 슬라이스 시스템은 60대를 한 번에 컨트롤할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예비로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컨트롤러를 사용할 경우 120대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도 테스트한 상태. 삼성전자의 NX11 카메라 60대는 KBS의 요청으로 <슈퍼피쉬> 촬영을 위해 임차된 제품인데, 14.6MP, 최대 Shutter Speed 1/4000 sec, ISO 100~3200의 범위를 가지고 있는 제품이다.

“아무리 보급형이라도 DSLR 바디와 렌즈 60세트를 마련하려면 억대의 돈이 소요됩니다. 검증되지 않은 영역에 이러한 금액을 선뜻 지원할 수 있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을 믿고 함께 해 준 동료와 선후배, 회사와 협력사들을 되돌아보면 꿈 같은 일을 이뤄냈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타임 슬라이스 촬영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부분을 컨트롤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anual Mode를 통해 Aperture와 Shutter Speed 값을 고정하고, ISO 값을 고정하고, 피사체의 위치를 정해서 Zoom과 Focus 거리를 고정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행여나 사고로 인해 설정된 값들이 틀어질까 하는 걱정에 렌즈의 Zoom과 Focus Ring, 본체의 Mode 다이얼 등을 테이프로 마감해버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60여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Auto Focus를 잡아 동일한 시점에 사진이 촬영될 리는 만무하므로 당연히 Manual Focus가 사용되며, 되도록 피사체 위치로 예상되는 곳에 더미(Dummy) 피사체를 설치해 정확히 Focus를 조정한다.

60대의 카메라가 초점을 맞추는 더미(Dummy) 피사체. 탁구공과 수평계가 결합된 것으로, 초점을 맞추면서 카메라의 수평도 확인할 수 있다.

라오스의 메콩강과 같은 현지에서는 적정 노출값을 찾아 놓더라도 구름의 흐름에 따라 노출을 수시로 바꿔줘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60대 카메라의 노출을 조정하다 보면 또 다시 상황이 바뀌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한다. 추재만 촬영감독은 흔들림 없는 영상을 얻기 위해 Shutter Speed 1/1000 sec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18-55 Zoom Lens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기는 좋지만, 상대적으로 어두운 F값을 가지고 있어 ISO를 400까지 올려서 촬영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카메라와 더불어 타임 슬라이스 시스템의 핵심인 Support System 구성에는 Aluminum Profile 제품이 적극 활용되었다. 다양한 규격과 용도의 모듈화된 부품 단위로 판매되는 Aluminum Profile을 통해 설계한 구성을 짧은 시간에 정확히 구현할 수 있었고, 규격화된 단위 부품의 교환을 통해 다양한 현장 상황에 대한 대응력도 자연스럽게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한 선배로부터 Aluminum Profile이라는 것의 존재를 전해 들었다는 추재만 촬영감독은, 시스템 구성 시간을 예상보다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카메라를 지지하고 있던 Support System부의 해체 모습

해체된 Aluminum Profile 구조의 모습. 5개 단위로 해체해 보관하게 된다.

Aluminum Profile 구성 부품의 확대 모습. 상단은 카메라의 간격을 미세 조정할 수 있는 레일 구조로, 양 끝단은 연결과 수평 방향 회전이 가능한 연결 구조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60개의 SD 메모리 카드. 타임 슬라이스로 촬영되는 이미지의 수가 많지 않아 고용량보다는 안정성에 중점을 두게 된다.

현장에서는 촬영이 진행되고 나면 SD 메모리 카드 60개를 수거해 MacBook에 연결해서 데이터를 수거했다. 모아진 60장의 이미지는 폴더명을 수정하고, 분류 과정을 거쳐 NLE 소프트웨어의 Timeline 상에 올려 프리뷰하는 것으로 촬영 결과를 확인했다. 외국의 경우, 스튜디오 촬영 시 카메라 한 대당 노트북을 한 대씩 연결하는 사치(?)를 부리기도 하지만, 현장 촬영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추재만 촬영감독은 최신 카메라와 24/35/50mm의 밝은 Fixed Focus Lens로의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상황에서야 카메라와 렌즈를 사는 것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60세트를 사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웬만한 회사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유재광 촬영감독

KBS 1TV 대하드라마 <대왕의 꿈> 촬영 현장에서 만난 유재광 촬영감독은 그야말로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었다. 촬영팀이 점심 식사를 하러 간 사이에 1초라도 빨리 타임 슬라이스 시스템을 설치하고 테스트 촬영을 진행하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에서 한동안 말을 걸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어느 정도 세팅이 완료되고 나서야 유재광 촬영감독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KBS 1TV 대하드라마 <대왕의 꿈> 촬영 현장에서 만난 유재광 촬영감독

가장 어려운 점으로 그는 DSLR 구조상 카메라마다 미세한 노출 차이가 발생하는 점을 들었다. Manual Mode에서 노출을 고정하더라도 이미지의 미묘한 밝기 차이가 생기는 원인은 DSLR이 사용하는 Shutter와 Lens Aperture의 구조에서 기인한다. 기계적으로 1/1000 sec의 빠른 시간 동안 Shutter를 열었다 닫는 과정에서 스프링의 미묘한 강성 차이나 기타 자재들간의 마찰로 인해 오차가 발생하게 되는데, 60대의 카메라를 사용하다 보니 이러한 오차의 폭이 예상치 못하게 큰 경우도 있는 것이다. 원활한 세팅을 위해 사용하는 Live Mode에서도 최대한 조리개를 열어 Preview를 보여주다가 촬영 순간에 정해진 값만큼 조리개를 조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조리개가 조여지는 정도의 미묘한 차이가 발생되곤 한다.

그리고 유재광 촬영감독이 밝힌 또 하나의 어려운 점은 필자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바로 트리거(Trigger)를 누르는 일이었다.

“<슈퍼피쉬>에서의 타임 슬라이스 촬영에서도 트리거는 제가 눌렀습니다. 처음엔 상당히 부담되었는데, 나중에는 서서히 적응이 되더군요. 지금 드라마 촬영 현장만 해도 어느 정도 정해진 위치에 배우들이 위치하게 되지만, <슈퍼피쉬> 때는 정말 난감했습니다. 피사체가 물고기니까요. 그래도 혹독한 지옥훈련을 한 덕에 지금은 한 결 타이밍 잡기가 수월해졌습니다.”

그렇다. 누군가는 정밀히 조정된 초점 영역에 정확히 피사체가 위치했을 순간에 트리거를 작동시켜야 한다. 세팅 과정과 노력이 빛을 발하도록 마무리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아닐 수 없다.

트리깅(Trigging)을 하기 직전 긴장된 모습으로 현장을 정리하는 유재광 촬영감독과 트리거(Trigger)를 누르는 모습

<대왕의 꿈> 촬영 현장에서 유재광 촬영감독의 능력이 발휘되는 때는 타임 슬라이스를 위한 현장 정리와 배치 부분이다. 약 120도 정도의 각도로 카메라를 배치하는 타임 슬라이스의 특성상 일반적인 촬영과 달리 상당한 범위의 배경이 촬영된다. 모든 스탭과 장비, 현장에서 구경하는 시민들까지 보통 촬영 때보다 훨씬 철저히 관리되어야 했다. 사극이라는 시대적 특성상 현장 스텝이나 구경하는 사람들이 촬영에 잡힐 경우, 그 영향은 더욱 더 크다.

“주로 배우나 물고기가 허공의 정점에 있을 때 트리거를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른바 포물선의 정점에서 촬영을 해야 가장 흔들림이 적고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년간 촬영해 온 경력이 빛나는 순간이랄까요?”

실제로 본지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때는 단 세 번 만에 타임 슬라이스 촬영이 만족스럽게 마무리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결과 뒤에 남은 일은 엄청난 장비들을 정리하는 것. 60대의 카메라에 연결된 리모트 케이블을 분리하고, 렌즈 캡을 덮고, 메모리 카드를 빼고, Manfrotto 496RC2 Ball Head를 분리하고, Aluminum Profile들을 5개 단위로 분리해서 큰 하드 케이스 10개, 컨트롤러 박스 2개, 삼각대들을 모아 넣은 가방 2개를 만들어낸다.

“짐 싸고 푸는 작업은 이제 모두 선수가 됐습니다. 자주 많이 싸고 풀어본 경험도 이유지만, 현장에 펼쳐진 최적의 노출 환경이나 상황을 최대한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 빨리 짐을 풀고 다시 싸야 합니다. 그래도 공항에서 생겼던 문제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항상 밀수하는 사람들로 오해 받는 일이 생깁니다. 카메라, 렌즈, 케이블, 트라이포드 모두 일반적인 촬영 장비 수준을 넘는 수량이니까요.”

떨리는 마음으로 타임 슬라이스 촬영 결과를 확인하고 유재광 촬영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 매 타임 슬라이스 촬영이 끝날 때마다 모든 스텝들과 배우들이 결과를 확인하려고 카메라로 달려갔다.

렌즈 캡을 씌우고, 리모트 케이블을 정리하고, 카메라 바디와 Ball Head를 정리하는 모습. 그야말로 일사불란하게 모든 요소들이 정리되는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꾸려진 타임 슬라이스 장비의 모습. 고속 카메라 장비들과 노트북, 외장 HDD들까지 합하면, 실제 짐은 스타렉스 한 대를 가득 채운다.


유재광 촬영감독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타임 슬라이스 방식에 대해 모르고 있기 때문에 촬영 현장 정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도 발생한다며, 한 번의 촬영으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타임 슬라이스의 특성이 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치며

타임 슬라이스는 생각보다 오래된 촬영 기법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시도해 보지 않은 방식을 실제로 시도해 가면서 거치는 과정의 어려움들이다. 생각지 못했던 어려움들을 주변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뚫고 일어서 모두가 인정하는 결과를 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수익성과는 거리가 먼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이러한 시도와 주목할만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밖에 나가면 나 자신이 회사를 대표한다는 주인 의식과 공영방송사가 가지는 책임 의식이 합쳐진 결과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이번 취재를 통해 얻은 것은, 타임 슬라이스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내고 마는 촬영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위의 기사는 비디오아트 2012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사진과 글의 모든 저작권은 비디오아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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